"둘은 어떻게 만났을까?"
남자 사진을 찍어주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는지
그녀의 손에서 카메라를 뺏어 이번에는 여자의 사진을 찍어준다.
하지만 그는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나 보다.
그녀의 설명을 한참 듣고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자는 걱정을 머금은 미소로 남자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의 렌즈를 쳐다본다.
'찰칵'
자신 없는 듯한 웃음을 보이며 그녀에게 카메라를 건넨다.
사진을 본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핸드폰을 꺼내 든다.
'어때? 나는 핸드폰으로도 잘 찍지?'
남자는 그녀의 의미가 담긴 표정을 읽었는지
접시 위에 놓인 케이크을 잘라 케익 조각을 입으로 가져감으로써 머쓱함을 감췄다.
사진 하나 가지고도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그때 나는 왜 그(그녀)의 사진 한 번을 찍어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든 그녀,
이번에는 창문 밖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를 찍는다.
테이블 두 개를 건너서야 보이는 커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알콩달콩해 보였다.
남자가 손을 달라는 제스처를 보이자 남자 손바닥 위에 손을 얹는 여자,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을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세기로 잡는다.
부드럽게 잡는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그런 남자의 행동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지
여자는 핸드폰으로 자신의 손을 사랑 가득하게 잡고 있는 남자를 찍는다.
사진 찍는 행위가 끝났는지 여자는 남자의 손바닥에 잡힌 굳은 살을 뜯는다.
유인원들 간의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알콩달콩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남자의 손에 굳은살이 잡혔을 거라고 단정지은 이유는
남자의 상체, 특히 이두와 삼두에 굴곡이 꽤나 요동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창가 쪽으로 가 앉고 싶었지만 참았다.
바다와 연결되는 육지를 보게 되면 궁금증이 해소되어 버릴까 봐.
계속 궁금해야 내가 이 카페에 좀 더 오래 앉아서 사색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상상만으로도 이미지가 구체화됐지만,
모래사장 위에 너무 많은 이족보행 동물들을 보게 된다면 실망할 게 뻔했다.
사실 충전 때문에 창가에서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글쓰기 >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뷰가 좋은 해안가 카페 (11) | 2021.01.05 |
---|---|
비 오는 이른 아침 (16) | 2021.01.02 |
자기 자랑 (6) | 2020.12.22 |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을 보게 된다면? (4) | 2020.12.19 |
19.05.04 _ 5번 버스 (4) | 2020.1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