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이른 아침
비 오는 이른 아침,
해안가에서 나는 파도소리는 소나무들에 가려져 평소와는 다른 소리로 들려왔다.
바다를 처음 봤다거나,
파도 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이었다면
비 오는 날의 파도 소리를 무언가 세게 두들기는 소리로만 알았을 것이다.
비행장에서만 일하면서 비행기는 한 번도 타보지는 못해 하늘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적도 없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시도 때도 없이 봐왔던 아이가 들었다면
더욱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하늘을 시속 300키로미터의 속도로 나는 비행기체가 아닌
액체 덩어리들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터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소음이 일어나는 와중에
소나무들보다 높이 있는 전봇대 전깃줄 위에 한참 동안 우아하게 앉아 있는 참새가 보였다.
내게는 소나무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참새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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