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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18

2020.07.30 _ 1호선 2020.07.30 _ 1호선 검지로 볼을 집는다. 볼을 집은 검지를 좌우로 돌리기 시작한다. 두 눈은 찌푸려졌다는 느낌이 들 만큼 꽉 감는다. 귀여움을 상대에게 어필하는 동작이다. 커플로 보이는 두 남녀, 여자의 애교는 남자에게 통하지 않았는지 남자는 굳은 얼굴로 일관했다. '거 쫌 받아주지!!' 필자의 마음이 아니다. 애교를 실패한 여자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소리 없는 표현이었다. 2021. 1. 21.
2020.07.11 _ 7호선 2020.07.11 _ 7호선 수수해 보이는 커플 한 쌍, 마스크 때문에 표정의 반을 읽을 수 없었지만, 둘의 대화가 행복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꼭 잡고 있는 두 손, 눈가에 주름이 지어질 정도로 깊은 눈웃음, 여성은 오른손으로, 남성은 왼손으로 각자의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남성의 왼손 조작이 어색했지만, 둘은 손을 놓지 않았다. 2021. 1. 20.
2020.05.09 _ 1호선 2020.05.09 _ 1호선 어쩌면 끝나갈, 혹은 아직도 시작 부분일지도 모를 코로나-19의 상황. 지하철 안은 여전히 조용하다. 고개를 비스듬히 앞으로 숙여 스마트폰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대부분의 승객들.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한층 더 조용해진 것만 같은 느낌, 한편으로는 엄숙한 분위기마저 주는 듯하다. 시선은 손바닥만 한 기계에, 귀는 무선 이어폰에, 입마저도 천 쪼가리에게 제기능을 빼앗겼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더욱이 슬픈 것은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세 가지의 기능을 모두 자진 납세한 상태라는 것이다. 다음은 무엇에 어떤 것을 빼앗길까? 글을 마치면서 적어도 시선만큼은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2021. 1. 17.
2019.10.26 _ 4호선 2019.10.26 _ 4호선 다음 역에서 멈춰 선 전철 안으로 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차분히 빈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그리고는 꽤나 읽었는지 3분의 2 가량의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열심히 읽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동안 지켜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한 손으로 두 눈에 눈물을 훔쳤다. 슬픈 내용을 읽는듯 싶었다. 어떠한 문장력과 필력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끄는 작가의 책인지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내가 쓴 글도 남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2021. 1. 16.
2020.04.27 _ 1호선 2020.04.27 _ 1호선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다음 정거장은 당정역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전철의 문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한 아주머니가 급하게 문을 향해 뛰었다. 승객들의 모든 시선은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아마도 그녀가 전철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문은 거의 닫혀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그러나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급하게 만들었는지 필사적으로 닫히는 문 틈 사이로 자신의 팔을 넣었다. 결과는 끔찍했다. 팔은 닫히는 두 문 사이에 끼었다. 그녀의 얼굴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당황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때, 두 명의 남성이 문에 달라붙었다. 온 힘을 다하는 .. 2021. 1. 15.
자기 자랑 자기 자랑 어쩌면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입에 담는 순간, 상대방과 동시에 내 귀에도 들리게 된다. 다시 한번, 내가 잘하는 무언가를 상기시켜줌으로써 더 하고 싶어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리 잘하는 무언가가 있어도 꾸준히 지속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발전은 없다. 때문에 앞으로 자기 자랑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하하하! 나란 사람, 2020. 12. 22.
19.06.01 _ 2호선 19.06.01 _ 2호선 한복을 단아하게 입으신 할머니, 곤히 주무시는 모습은 나이 든 본인의 체력보단 새근새근 자는 아기의 모습과도 같았다. 더욱 아기 같다고 느끼게 한 것은 양말이었다. 버선 또는 흰색 양말일 것이라 생각했었던 그녀의 발엔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의 양말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2020. 12. 21.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을 보게 된다면?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을 보게 된다면? 환승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앞에 서 있는 여성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익숙한 모습, 낯설지가 않았다. 가상 세계에서 만든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집에 와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나로 하여금 하차를 빠르게 하고 싶게 했다. 얼른 그녀의 앞모습도 확인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환승, 당연히도 발걸음은 빨랐다. 큰 걸음 두 번만으로도 그녀를 충분히 앞지를 수 있었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 실망하고 말았다. 앞모습은 궁금해하질 말았어야 했다. 2020. 12. 19.
19.05.14 _ 1호선 19.05.14 _ 1호선 항공과 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3명, 깔끔하게 입은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긴 기럭지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대변해 주었다. 학생이라고 추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누가 봐도 젊고 풋풋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피부가 탱탱했다. 그 중 한명이 임산부 배려석에 가서 앉으려고 하자 다른 한명이 그 친구의 가방끈을 잡아 끌어당겼다. 가방끈을 끌어당긴 친구의 표정에는 "그건 아니지 않냐?"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202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