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지하철에서16 19.05.14 _ 신도림역 19.05.14 _ 신도림역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환승이라는 어려운 과제는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는 더욱이 어렵고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던 중 올라오는 중년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부인보다 키가 훨씬 큰 남편이 앞서 올라오는 부인의 손을 잡고 뒤따라 올라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무표정한 남편의 모습은 더욱더 치명적이었다. 2020. 12. 17. 19.05.14 _ 1호선 19.05.14 _ 1호선 70대로 보이는 백발의 남성, 마른 체구에 한 손에는 많은 양의 종이가 들려있었다. 그는 손에 들린 종이들을 하나씩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건네고 있었다. '전단지인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백발의 남성은 내 앞에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건넨 종이에는 광고가 아닌 사람의 얼굴과 함께 적힌 글의 내용이 내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10대 소녀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얼굴 밑에는 '실종된 당시 사진'이라는 글과 함께 '현재 나이 만 40세'라는 글이 함께 적혀 있었다. 적으면 20년, 길게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신의 딸을 찾았을 남성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이런 것일까? 꼭 찾길 바랍니다. 2020. 12. 16. 19.05.13 _ 1호선 19.05.13 _ 1호선 핑크색 티에 핑크색 핸드폰 케이스는 검은색 티에 검정색 핸드폰 케이스와 친구다. 서로 자신의 폰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두 여성은 각자 본인의 옷 색과 핸드폰 케이스 색이 똑같다.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다. 서로 너무나 친근하게 핸드폰을 서로의 몸에 가까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2020. 12. 15. 19.05.03 _ 1호선 _ 신도림역 19.05.03 _ 1호선 _ 신도림역 50대로 보이는 남성은 책을 보고 있다. 그 옆자리에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앉아있는데, 스마트폰을 열심히 터치하고 있다. 젊게 사는 건 누구일까? 2020. 12. 12. 19.04.30 _ 1호선 19.04.30 _ 1호선 빈자리를 찾는 듯한 눈빛. 내게 등을 보인 채 맞은편 의자 앞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눈을 여러 차례 마주칠 정도로 고개를 가만두지 못했다. 한쪽 어깨에 멘 가죽 가방에서 계속해서 동그란 모양의 계란 과자를 꺼내먹고 있다. 자주 음식을 흘려 먹는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가 서 있는 주변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다른 바닥과는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지저분하다. 입술의 주름이 제 기능을 잃은 듯하다. 그리고 드디어 빈자리를 찾았는지 자리를 옮긴다. '이제는 앉아서 먹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과자 부스러기들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지나가셨다. 그러면서 그녀와 과자 부스러기에 대한 내 생각과 시선도 분산됐다. 마치 청소하시는 .. 2020. 12. 10. 19.04.29 _ 1호선 19.04.29 _ 1호선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손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그녀의 나이를 말해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만큼 밝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운동화를 보면 그녀의 의상 차림 중 잘못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반쯤 콧등 밑으로 내려와 얹혀있는 안경과 두 손에 들려있는 책과 펜을 보고 드는 생각은 '학구열 넘치는 엄마'라는 이미지였다.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20. 12. 7. 5월 6일 토요일, 신도림역 5월 6일 토요일, 신도림역 #1 들어오는 전철을 기다리며 그녀는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빵과 삼각김밥을 들고서 먹고 있었다. 꽃다발을 들고서 빵과 삼각김밥을 먹는 것으로 보아 꽃다발은 연인이 준 것이 아니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저녁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밥을 미리 먹고 연인과 저녁 식사를 보내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녀가 들고 있는 꽃다발은 부모님께 드릴 꽃이 아닌가 싶다. 곧 어버이날이고, 주말 동안에 꽃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빵과 삼각김밥을 우걱우걱 먹는 그녀 모습은 정말로 꾸밈 하나 없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부모님에 대한 그녀의 마음씨 때문일까? 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목 막히지는 않을까...? #2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고 데이트.. 2020. 9. 2. 이전 1 2 다음